5초 안에 나를 사로잡아야 해!
얼마 전 친구 생일파티에서 황당한 모습을 목격했다. 친구들끼리 둘러앉아 유튜브를 시청하려고 하는데 마우스를 잡은 친구가 정말 1분 안에 10개의 채널을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뭐가 불만인데?"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5초 안에 나를 사로잡아야지!"
그 말이 정말 나를 사로잡았다. 비단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웹과 앱을 마주한다. 습관처럼 들어가는 SNS나 포털사이트 이외에도 개인 쇼핑몰, 이메일, 블로그 등 다양한 사이트와 마주한다. 각각의 사이트는 저마다의 목적을 품고 디자인되었지만 정작 사용자가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사이트를 마주하는 단 몇 초 만에 사용자는 '이렇게 사용하면 되겠군'이라는 일종의 견적이 나와야 한다. 사용자는 대안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견적이 나오지 않는 사이트는 금세 포기해버리고 만다. 이번 포스팅은 웹 팀의 입장에서 사용자의 사용성을 평가할 수 있는 사용성 평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8장 농부와 카우보이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사용성에 대한 토론이 시간만 낭비하고 끝나는 이유와 방지 대책
종교적인 전쟁
회의라는 것이 그렇듯. 만장일치로 결정 나는 사안은 별로 없다. 웹 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것은 웹 팀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팅 팀은 각기 다른 '직업적 신념'을 갖고 있다. 웹 팀의 구성원 들은 어떤 직종에 근무하느냐에 따라 '좋은 웹'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각기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각자의 관점에서 웹의 사용성을 평가하게 되고 다름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책에서는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토론을 '종교적인 논쟁'이라고 부른다.
평균 사용자라는 신화
개인적, 직업적 의견의 충돌이 정체기에 들어서면 대화는 보통 사용자 대부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즉 평균 웹 사용자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평균 사용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모든 웹 사용자는 다르다. 웹을 사용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많은 웹 디자인 질문에 딱 잘라 '옳다'고 할 수 있는 답이 없다. 그저 사용자의 필요를 채워주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깊은 고민을 거쳐서 세심하게 제작하고 평가해야 좋은 디자인이 완성될 수 있다.
종교적 논쟁의 방지 대책
좋은 질문은 해답과 같은 힘을 지닌다. 웹 디자인 회의 시에는 다음과 같이 질문하라.
"이 풀다운 메뉴, 이 항목, 이 페이지, 이 맥락에서 이 단어를 선택하면 이 사이트를 사용하는 사용자 대부분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평가해보는 것이다.
9장 적은 비용으로 사용성 평가하기
여러 번 해도 부담 없는 간단한 사용성 평가 방법
사용성 평가 소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책에서는 사용성 평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용성 평가란, 한 사람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일반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대상은 웹사이트, 제품 프로토 타입 등이 될 수 있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혼란스럽다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이 드는 지점을 찾아서 개선하는 것이 사용성 평가의 목적이다. 마케팅 팀에서 주로 수행하는 FGI와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들이 그 물건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물건을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데 있다.
DIY 평가
초기 사용성 평가는 꽤나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이었다. 하지만 모든 팀에게 과도한 비용이 드는 사용성 평가를 추천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고 단순한 방법인 'DIY 평가'를 소개한다. DIY평가 방법은 적은 비용으로 당장의 시급한 문제를 찾기 위한 목적이다.
평가 주기 및 시간
한 달에 한번 오전 시간을 활용하여 참석률을 높이고 단순하게 설정하라.
참가자 수 및 모집
적정 참가자 수는 1회 3명. DIY평가의 목적은 모든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회에 거쳐 당장의 시급한 문제를 찾는 데 있다.
참가자 모집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말고 상대 평가하라. 페르소나와 꼭 일치하는 사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조건을 완화하여 대상 모집을 손쉽게 하는 것에 포커싱 하라.
평가 장소
방해 요소가 없는 공간에서 컴퓨터, 마우스, 키보드, 마이크가 필요하다. 평가 과정을 담을 수 있는 화면 녹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라.
진행자
참가자의 옆에서 1:1로 진행을 돕는 진행자가 필요하다. 누구든 할 수 있다. 다만 참을성이 있고 차분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잘 공감하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선택하라.
관찰자
다양한 이해관계자. 최대한 많은 인원이 하면 좋다!
평가 대상
사용성 평가를 하기에 너무 이른 시점은 없다. 첫 번째 스케치부터 와이어프레임, 페이지 구성, 프로토타입 등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팀에서 만든 모든 것을 꾸준히 평가해보라.
평가 과제
각 테스트마다 평가하고 싶은 부분이 달라져 과제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로그인 프로세스 프로토타입을 평가하는 중이라면 계정 만들기, ID/PW 찾기, 기존 ID와 PW로 로그인 하기 등이 될 것이다. 과제는 평가 시간을 다 채울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양의 과제를 준비하라.
평가 프로세스
일반적으로 1시간짜리 평가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인사(4분) - 배경 질문(2분) - 홈페이지 둘러보기 (3분) - 과제 (35분) - 심층질문 (5분) - 마무리 (5분)
사용성 평가 이후 브리핑
사용성 평가 이후 관찰자들은 각자가 관찰한 내용을 공유하고 고칠 문제와 고칠 방법을 정할 자리를 가능한 한 빨리 만들어야 한다. 평가가 선명히 기억날 때가 좋으니 평가 당일 점심을 권장한다. 그러나, 회의라는 것이 그렇듯. 만장일치로 결정 나는 사안은 별로 없다.
이에 책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먼저 고치는 데 가차 없이 집중하라'라고 충고한다. 이러한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 공통 목록을 만들어라.
- 가장 심각한 문제 10가지를 고른다.
- 순위를 매겨라.
- 목록을 정돈하라.
- 매우 쉽게 고칠 수 있는 문제는 따로 목록을 만들어라.
- 새로운 문제를 더하려는 충동을 자제하라.
- '새로운 기능'에 대한 요청은 가려서 들어라.
- '카약' 문제를 무시하라. (일시적으로 길을 잃었다가 금방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것)
사용성 평가가 시급합니다!
웹 사이트를 사용하다 보면 사용하기 어려워서 기브-업을 외치게 하는 사이트들이 종종 있다. 불과 어제 ESM+ 에서 상품등록을 하다 머리를 쥐어뜯는 우리 사장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ㅋㅋㅋㅋ '사장님 상대는 감정이 없는 컴퓨터입니다. 침착하세요.'라고 호기롭게 외치던 나도 연신 와우!! 를 외치게 했다.
ESM+
로그인 조차 쉽지 않았던 ESMPLUS는 옥션, G마켓, G9 커머스의 판매자센터 역할을 한다. 셀러가 입점 후 가장 처음 작업하는 영역은 상품 등록/변경 메뉴이다. 해당 메뉴에서 셀러는 판매할 상품에 대한 이미지, 상세정보, 가격, 배송 등의 정보를 입력하여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점은 상품 등록을 할 수 있는 메뉴가 '상품등록'과 '상품등록 2.0'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최신버전이 좋겠지... 라면서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는 상품 등록을 모두 수정해야 했다. 두 버전에 대한 자세한 차이점은 모르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1. 상품등록 2.0의 상품 옵션은 추천 옵션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색상, 사이즈 등)
추천 옵션은 세부 카테고리 별로 플랫폼에서 미리 지정한 옵션을 말한다. 의류의 경우 색상, 사이즈가 최적화된 옵션이 될 수 있으나 내가 등록할 상품에는 해당 옵션이 적합하지 않았다. 이 문제로 씨름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구 버전인 상품등록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옵션을 직접 입력 할 수 있어서 1차 옵션 색상, 2차 옵션 넘버로 작성을 마쳤다.
2. 상품등록 2.0은 상세페이지 작업에 ESM 에디터를 지원한다.
두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구 버전 상품등록은 에디터 지원이 안된다. 에디터란 상세 페이지를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툴인데 에디터가 없으면 이미지 파일을 HTML로 작성을 해야 했다. HTML이라면 고등학교 때 올록볼록 정도 써본 게 다 인 나에게 HTML 이라니.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는 법. 구글링을 통해 해결방법을 알아냈다. ESMPLUS에서 이미지 호스팅을 클릭하여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해당 이미지를 HTML 코드로 변환해준다. 이를 복사해서 붙여 넣고, 공백 <br> 가운데 정렬 <center> </center> 정도만 입력해주면 등록이 가능했다.
만약 내가 사용성 평가중인 참가자였다면...?
아마 관찰자들은 입틀막 하고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메뉴에 대문짝만 하게 상품 2.0 가이드, 상품 등록 정책 변경 안내 안 읽어보고 뭐하는 짓이지! 하고 말이다. 모두가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겪은 경험이 사용성 테스트가 꼭 필요한 이유라는 것은 확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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